[14-15 English Premier League] 리버풀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결과 및 코멘트
[리버풀 Liverpool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Manchester United]
장소 - 안필드 Anfield (리버풀 홈)
결과 - 1 : 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 승)
득점 - 13' J. 마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58' J. 마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69' D. 스터리지 (리버풀)
코멘트
- 단두대 매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노스 웨스트 더비는 리그 내 최대 라이벌전이었고, 현재 각각 리그 5위와 4위라는 순위에서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해 서로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양 팀은 가용한 최선의 스쿼드를 꾸려서 경기에 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골잡이 반 페르시가 부상으로 결장한 것이 아쉽지만, 중원의 핵 마이클 캐릭이 부상에서 복귀했으며 루니와 데 헤아 등 요즘 폼이 좋은 선수들도 제 컨디션을 유지 중이었다. 리버풀은 스터리지가 부상에서 복귀해서 베스트 일레븐에 가까운 선발 명단을 꾸릴 수 있었다. 양 팀은 최근 둘 다 분위기가 좋았는데 리버풀은 올해 들어 리그에서 패배한 적이 없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토트넘을 3 : 0으로 이기면서 상승세를 유지 중이었다. 이렇게 되니 경기가 치열해질 것은 자명했다. 게다가 축구 황제 펠레가 스터리지와 광고를 찍으러 잉글랜드까지 넘어와서, 이 더비 경기를 직관한다고 했다. 펠레는 경기 전에 '루니'와 '제라드'를 칭찬하면서 은근슬쩍 펠레의 저주를 퍼부었다. 과연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내는 유리한 고지에는 어느 팀이 올라갈 것인가. 또 펠레의 저주는 여기서도 계속될 것일까.
- 경기가 시작하니 예상대로 였다. 무승부는 두 팀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였고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하는 경기였기에 양 팀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고 덕분에 열기가 뜨거워졌다. 비록 초반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에레라의 멋진 스루 패스를 받은 후안 마타의 마무리로 선취골을 넣으면서 주도권을 잡기는 했지만, 리버풀도 만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쿠티뉴를 선봉으로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공격을 시도했다. 주로 넓은 공간에 패스를 부여하면서 맨유의 수비진들을 파괴하려고 시도를 했고 전반 중반에 아크 왼쪽에서 스터리지가 이런 패스를 받아서 랄라나에게 연결하여 좋은 찬스를 만드는 장면 등 여러차례 눈이 번뜩이는 광경이 있었다. 반면 그라운드 위에서 빈 공간을 공략하는 상황에서는 필 존스와 스몰링 등 맨유 수비진들이 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맥을 못추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경기가 매끄럽게 진행되자, 전통적으로 예능의 성격이 강했던 노스 웨스트 더비가 옛 재미를 잃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전반의 예능 장면이라고는 스털링의 헛발질 장면 하나에 불과해서 좀 더 진지하게 관람하게 되었다.
- 그러나 전반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후반 시작하자 마자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떠나는 리버풀의 '캡틴' 제라드가 교체 투입되었다. 외신에서는 제라드가 이번 경기가 커리어에서 마지막 라이벌 매치이고 이 더비에서 스탯도 꽤나 좋았기 때문에 연륜이 묻어있는 경기 조율을 위해서 제라드를 선발로 투입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하지만 제라드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최근 몇 경기 동안 리버풀이 경기 질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역시 제라드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중원에 변화를 줄 심산으로 제라드를 투입한 모양인데..안필드의 수많은 리버풀 팬들도 이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라이벌 맨유와 경기 할 준비를 하는 제라드를 보면서 환영의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제라드는 경기 장에서 사라졌다.
에레라와 볼 경합을 하는 도중에 보복성이 짙은 행동을 했는데, 이게 심판의 눈에 띄어서 교체 투입되고 38초만에 '퇴장'을 당했다. 후반을 1분 정도 놓쳤는데, 저런 리플레이 장면이 나와서 제라드가 나온지도 몰랐고 나오자 마자 퇴장당했다는 것에 더 놀랐다. 이는 한창 동점 상황을 만들려고 시도 중이었던 리버풀에게 철퇴를 휘두른 거나 다름없었다. 제라드는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한껏 고조 중이던 리버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이후 리버풀은 인원 열세의 상황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제라드의 이번 사건으로 각종 패러디짤이 많이 양산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조롱받아도 할 말이 없다. 제라드는 팀의 리빙 레전드로써 아주 실망스러운 행동을 했다. 분명 리버풀은 이 경기를 이겨야 챔스 가시권에 들 수 있었고 홈인데다가 전반전에 분위기도 꽤 좋아서 충분히 동점 상황을 가져갈 수 있었는데 제라드가 망쳤다.
- 후반전의 다이나믹함은 이 장면만이 아니다. 물론 시작이 너무 어마어마했지만 발야구 선수가 된 디 마리아나,
역시 명불허전 발로텔리, 그리고 옐로 카드를 이미 받은 그를 다독이는 홈 관중들.
이 와중에 역대급 골 장면을 보여주며 혼자 축구한 후안 마타.
막판에는 일부러 데 헤아를 짓밟는 행동을 한 스크르텔도 있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패널티킥까지 나왔는데 그걸 또 실축해서 펠레의 저주를 증명한 루니까지. 정말 다사다난한 경기였다. 추가로 경기 내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기들 문전 앞에서 서커스를 한 엠레 찬과 미뇰렛까지. 아, 그리고 숫적 열세인 상황에서도 멋진 추격골을 보여준 스터리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번 경기에서 한 명의 쩌리 없이 다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겠다.
- 펠레가 정말 축구사에 대단한 업적을 끼친게 맞는 것 같다. 비록 그의 플레이를 본 적은 없지만 입만 털어도 저렇게 경기 전반을 지배하는데 위대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 오늘 펠레가 칭찬한 루니는 경기 내내 삽질하고 디 마리아의 킬 패스를 날려먹은데다가, 막판에는 패널티킥까지 날려먹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빛의 속도로 피치를 찍고 다시 라커룸으로 돌아간 제라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본 경기 중 가장 웃긴 경기였다고 자신한다. 이런 매력 때문에 축구를 보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개인적으로 리버풀이 다시 챔스에 나가기를 바랬는데 오늘의 패배로 아쉽게 되었다. 남은 8라운드 동안 팀의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승점을 많이 가져가야할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팀도 하락세를 보여야 챔스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제라드는 아마 평생 서브웨이는 안 사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