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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2014> 본문
<와일드 Wild, 2014>
개인적으로 리즈 위더스푼이 오스카를 거머쥔 <앙코르>의 연기는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기 자체는 빼어나지만 그 것이 당 해에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던 다른 배우들을 제칠만한 연기였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로코퀸 이미지에서 연기 변신을 훌륭히 해냈지만, 결국 수상에는 그녀가 그 동안 여러 로맨틱 코미디 흥행작에 출연하여 얻은 스타성이 어느 정도 기인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그녀를 다시 보게 된게 99년작 <일렉션>이었고, 그녀를 이제 명품 배우로 인정하게 된 게 바로 오늘 관람한 그녀의 2014년 작품. <와일드>이다.
작년 매튜 매커너히에게 아카데미를 안기며 '매커니상스' 열기에 불을 지핀 역할을 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감독 장 마크 발레가 1년 만에 돌아온다고 했을 때, 그가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이리도 급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비극을 겪고 트레킹에 나서는 실존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이, 괜찮을 것도 같지만 또 뻔한 교훈 일색인 작품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할 때마다 작품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해졌다. 더군다나 리즈 위더스푼이 이 영화로 각종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미 <일렉션>으로 적어도 나에게는 훌륭한 배우로 각인되어 있는 배우가, 어워드 시즌에도 9년 전의 과대평가가 아니라 진짜 나에게 와닿는 연기를 선사할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영화는 시작하자 마자 강렬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말한다. '이 고통은 진짜다'. 고즈넉한 미국 서부의 어느 산기슭에서 홀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는 여인의 이미지. 발톱이 너덜거리는 상황은 여느 스릴러 영화보다 더 서늘하고, 그 느낌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앞으로 겪게 될 여인의 여정은 결코 그녀가 놀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버킷 리스트> 같은 '돈지랄'이 아니라 밑바닥까지 가서 다시 튀어오를 그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수없이 진행되는 플래시백을 통해, 우리는 그 계기가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서'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된다.
어려서부터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행을 피하여, 어머니와 동생과 같이 셋이서 살게 된 셰릴에게 어머니는 삶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해주는 존재이자 따뜻한 안식처였다. 그런 그녀가 병을 얻고, 어머니는 지난 세월을 한탄하며 왜 나를 위하는 삶을 살지 못했나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어머니가 죽고 충격을 받아 방황하는 셰릴은 약을 하고 아무 남자하고나 자는, 그야말로 막장 인생을 산다. 그녀의 이런 모습을 견디지 못한 남편과도 이혼하고 그녀는 갈 곳이 없다. 그랬던 그녀가 지나간 세월을 뒤로 하고 미국 서부를 세로로 횡단하는 수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떠난다.
그녀의 여정은 처음부터 만만하지가 않다. 신발 사이즈도 달라서 발에 무리가 가고, 연료도 잘못 가져와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수많은 프로 트레커들도 힘들어 하는 코스인데, 아마추어 여성에게는 말할 필요 조차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강인하다고 자부해도 나가 떨어지는 지옥의 코스. 그래서 그녀는 이 코스를 택하지 않았을까.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것을, 완주하면 여지없이 증명할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떠한 창대함을 바란 것일까? 부귀영화? 성취감?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극의 진행을 보면서 그 창대함은 어떤 부귀영화 같은 흔히 남들이 생각하는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대단하고 중요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셰릴에게 그 창대함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말이다.
셰릴은 밭을 갈고 있던 한 남자가 자신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려는 데, 일행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또한 야생에서 낯선 남자들을 만나는데, 그 중 한 놈이 치근덕대는 데에 경계하고 도망친다. 이 모든 것은 야생에 홀로 남겨져서 여행을 떠나는 여성이라면 당연한 행동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자기 자신이 소중하고 함부로 대해져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릴은 그 동안 그렇게 살지 않고, 자기 삶의 버팀목이었던 어머니를 잃은 상심에 수없이 많은 자기파괴적 행위를 해왔다. 아마 이 전의 셰릴이었으면, 위의 상황을 수긍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을 시작한 후의 셰릴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행동한다. 나 자신이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깨달은 것이다.
셰릴은 극 도중에 길에서 만나는 어느 기자가 자신을 계속 '방랑자'라고 부르는 데에 발끈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 기나긴 여정은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 여행이 끝나고 종착점 부근에 있는 포틀랜드에 정착하려고? 그녀 스스로도 이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 그녀는 그녀가 어디에 갈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증명하려는가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셰릴은 이 여정을 통해 스스로 지난 날의 과오를 씻고,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임을 증명하려 한다. 마치 수도사들의 자기 치유의 여정 같이, 그녀는 수없는 포기의 유혹과 지난 날의 괴로운 기억을 이겨내고 끝까지 해낸다. 그 성취의 표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녀의 마지막 표정은 말한다.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서'라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찾는 것이었다는 것. 나 자신은 얼마나 중요하고 또 소중한가. 우리는 이 것을 너무 쉽게 잊고 있지는 않았나. 해답을 얻은 셰릴은 의기양양하다.
왜 장 마크 발레가 1년 만에 돌아왔는지, 왜 리즈 위더스푼이 이 영화로 수많은 시상식에서 초대를 받고 있는지 작품을 보니 단번에 이해가 된다. 분명 리즈 위더스푼을 둘러싼 이 열기는 개인적으로 9년 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결코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다른 작품들에 밀려서 수상을 많이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과 더불어, 마지막의 여운이 참 깊은 영화다.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떠났으나 이제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끝까지 향하여, 끝내 자신을 찾는 여행. 어머니는 그 자신이었으며, 이제 셰릴은 누군가에게 어머니같은 따뜻한 햇살이 될 지도 모르지만, 결코 어머니가 했던 회한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찾았으니까. 자기 자신을 찾은 그녀의 앞날은 이제 그렇게 '와일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어보며, 한편으로는 나의 지난 '야생'을 돌아보게 되는 좋은 영화다.
★★★★☆
(2015년 1월 24일 CGV 신촌아트레온 관람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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