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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 UEFA CHAMPIONS LEAGUE] 유벤투스 vs 레알 마드리드 (4강전 1차전) - 결과 및 코멘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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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 UEFA CHAMPIONS LEAGUE] 유벤투스 vs 레알 마드리드 (4강전 1차전) - 결과 및 코멘트

Groot 2015. 5. 6. 06:21







[유벤투스 Juventus vs 레알 마드리드 Real Madrid]


장소 - 유벤투스 스타디움 Juventus Stadium (유벤투스 홈)


결과 - 2 : 1 (유벤투스 홈 승)


득점 - 9' A. 모라타 (유벤투스) , 27' C.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 57' C. 테베즈 (유벤투스)


코멘트


- 최근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팀의 면면을 보면 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의 3강이 굳건히 유지되는 와중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같은 '언더독'이 한 자리를 차지하여 도전하는 양상이 지속되어왔다. 올 시즌도 레바뮌 3강에 유벤투스가 도전하면서 흥미로운 4강 구도가 완성되었다. 아무래도 유벤투스는 세리에에서 절대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럽 대항전에서 최근 10년간 명성에 비해 그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은 레바뮌 중 유벤투스와 대결을 벌일 팀이 결승에 수월하게 안착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유벤투스 팬으로써 기분 나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최근 축구계의 지형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니까.


- 그래도 유벤투스는 리그에서든 유럽 대항전에서든 홈에서 정말 강해서 아무리 레알 마드리드라도 쉬이 유벤투스를 격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유벤투스와 세리에에 관심이 없는 많은 네티즌들과 지인들은 레알 마드리드가 간단히 1, 2차전 모두 유벤투스를 제압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랫동안 유벤투스를 보아온 나는 유벤투스의 창과 같은 공격진과 방패와 같이 단단한 수비진들을 믿었다. 그래서 오늘 그 믿음에 선수들이 보답한 것 같다.


- 알레그리가 참 판을 잘 짰다.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초반에 포백을 가동하면서 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실제로 초반 분위기는 유벤투스가 가져갔으며 전반 9분에는 알바로 모라타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완벽히 주도권을 가져가는 듯 싶었다. 아무래도 레알 마드리드가 원정에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 골이라도 넣어야 2차전 홈에서 좀 더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음을 생각하면, 유벤투스가 오히려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온다는 것이 레알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레알 마드리드는 디펜딩 챔피언답게 측면을 활용한 크로스 플레이로 여러 차례 유벤투스의 골문을 위협했으며 결국 전반 27분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골을 넣으면서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가 잃었던 주도권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고, 양 측면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이스코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유벤투스의 포백을 흔들었다. 전반 41분에는 이스코의 크로스를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하였으나 크로스바에 맞고 튕겨져나왔다. 유벤투스에게는 천운이 따른 장면이었다.


- 유벤투스가 포백을 선택하면서 미드필더진에서 트레콰르티스타 자리에는 요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페레이라가 선발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아르투로 비달이 그 자리에 나왔다. 비달이 올라가면서 피를로, 마르키시오를 제외한 남은 3중미의 한 자리에는 스투라로가 깜짝 선발 출전을 하였다. 사실 경기 내내 스투라로는 출전한 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감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패스 마스터 피를로에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많은 압박이 있을 거라 예상되었기 때문에 스투라로는 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고, 마르키시오가 오늘 또 다른 패스 마스터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압박을 분산시켰기 때문에 스투라로는 이 둘을 뒷받침하면서 나름 제 역할을 한 듯 싶었다. 아르투로 비달은 오늘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활동량과 스위칭 플레이, 패스, 커팅 등 거의 모든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미드필더들이 후반들어 서서히 주도권을 다시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유벤투스 공격진에게도 기회가 많이 생겼는데, 드디어 후반 12분 좋은 볼 배급을 받아 레알의 문전으로 침투하던 테베즈가 카르바할의 반칙을 받고 넘어져 패널티킥을 받았고 이를 테베즈가 성공시키면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 와중에 어이없게도 반칙 당사자인 카르바할에 경고를 주지 않고, 항의하는 비달에게 옐로우 카드를 주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판정이었다.


- 골을 넣자마자, 알레그리는 '잠그기'를 시전했다. 유벤투스의 장기인 스리백으로 전환을 시도했고 스투라로는 이 전환의 핵심이었다. 스투라로가 나가면서 바르잘리라는 또 다른 월드클래스 수비수가 중앙에 들어오면서 레알의 지공과 역공 상황 모두를 물리칠 수 있는 단단한 수비벽이 형성되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유벤투스가 스리백으로 전환된 이후 별 다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치차리토와 헤세 등 가용한 모든 공격 자원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유벤투스의 골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오히려 유벤투스는 요렌테와 페레이라를 추가 투입하면서 역습 상황을 이용하려고 노력했고 수차례 위협적인 상황도 만들었다. 계속 유벤투스가 리드 상황을 지킨 끝에 준결승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 일단 기쁘기는 하지만, 홈에서 1점을 먹혔다는 것은 상당히 뼈아프다. 어짜피 레알 마드리드라는 강팀을 상대하는 만큼 1점 정도 먹히는 것은 예상했으나 2차전이 레알 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한 결과이다. 무승부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딱히 좋은 상황에 놓인 것도 아니다. 그래도 오늘 유벤투스 선수들 모두 제 역할을 하며 승리에 기여했고, 키엘리니가 보여준 부상 투혼은 오늘 유베 선수들의 각오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감동적이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가서도 이 정도의 투지를 보여준다면, 결승행이 결코 꿈에 머무르지만은 않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에게도 간단히 코멘트를 하자면 오늘 라모스는 여러번 패스미스 상황을 만들면서 양팀 통틀어서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날두도 여러번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고 골도 넣었지만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경기 중반에 마르키시오 앞에서 개인기를 시전하다가 공을 빼앗기는 모습은 개그맨을 연상시킬 정도로 어처구니 없었다. 하메스와 마르셀루도 오버래핑을 많이 시도하면서 유벤투스의 측면을 공략하려고 많이 노력은 했던 것 같다.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카시야스는 여러차례 선방을 보여주면서 안정감을 유지했다. 주의할 점은 이 선수들이 세계 최고급 선수들이라는 것이며 2차전 레알 홈에서는 무딘 창과 같았던 모습이 날카로워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유벤투스로써는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2차전 때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을 것이다.